견적서 비고란

조회 1댓글 02시간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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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달에 이사했다. 짐이 많아서 포장이사를 불렀다.

견적사 아저씨가 방문 견적을 왔다. 집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태블릿에 뭘 적으면서 말했다. "2인 가구시니까 5톤은 잡아야겠네요."

혼자 사는데요, 하니까 아저씨가 안방 쪽을 한 번 보고, 아 그러세요, 하면서 수정했다. 짐이 많으셔서 그런가 보다고 웃었다. 나도 웃었다. 미니멀리즘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라.

이사 당일 포장팀은 세 명이었다. 손이 빨랐다. 부엌을 싸던 분이 그릇장을 열더니 "두 분이 취향이 확실하시네" 했다. 그릇이 두 벌인 건 맞다. 본가에서 가져온 꽃무늬 세트랑 내가 산 무지 세트. 안방을 싸던 분은 옷장 앞에서 잠깐 헷갈려했다. "이쪽 옷들은 같이 싸요, 따로 싸요?" 같이 싸달라고 했다. 계절 지난 옷들이었다.

새집에 짐이 다 들어오고, 잔금 치르고, 다들 수고하셨다고 인사하고 끝났다. 순조로운 이사였다.

어제 정리하다가 계약서 파일을 다시 열 일이 있었다. 견적서가 스캔본으로 첨부돼 있었다. 품목, 톤수, 사다리차, 금액. 맨 아래 비고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.

"안방 옷장 우측: 사용 중 물품으로 당일 오전 포장 협의됨(동거인 분)."

나는 그런 협의를 한 적이 없다.

이사 당일 아침, 옷장 오른쪽 칸은 비어 있었다. 나는 그 칸을 원래 안 썼다. 왼쪽 칸이 내 칸이었다. 오른쪽은 이사 나갈 때까지 한 번도 안 열어본 것 같은데, 포장팀이 열었을 때 아무 말이 없었으니 비어 있었을 거다.

협의를 했다는 동거인이 누군지보다, 나는 다른 게 자꾸 걸린다.

견적사는 우리 집을 둘러보고 2인 가구라고 적었다. 옷장을 싸던 분은 "이쪽 옷들"이라고 했다. 이쪽이 있으면 저쪽이 있다. 그릇도, 옷도, 톤수도, 그 사람들 눈에는 처음부터 두 사람 살림으로 보였다는 거다.

프로들이었다. 남의 살림 규모를 눈으로 재는 게 직업인 사람들.

새집 옷장은 넉넉한 걸로 샀다. 어젯밤에 옷을 다 걸었는데, 왼쪽 칸만 쓰고 오른쪽은 비워뒀다.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, 걸고 보니 그렇게 돼 있었다.

손이 알아서 반을 남겨놨더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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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이사#1인가구#이무이#문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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